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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殺氣)와 탁기(濁氣)를 벗어나 여유 있는 생기(生氣)로: 2014.9.3. 블로그글 옮김

동숭동지킴이 2016. 9. 4. 21:31

<살기(殺氣)와 탁기(濁氣)를 벗어나 여유 있는 생기(生氣)로>


김정운 전 교수(현재 일본의 단과대학생)의 인터뷰가 실렸습니다(아래 링크). 이 분의 책 한권을 재미 있게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인터뷰도 한번 참고해 볼 만합니다. 스타 교수 아니 스타 강연자로서 전국 방방곡곡을 휘젓던 ...인물이 홀연히 일본으로 떠나 단과대학생으로 일본 그림을 공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지 않습니까.


고령화시대에 대한 그의 이야기도 들어볼 만하고, 한국 사회와 문화에 대한 그의 지적도 들을 만합니다. 제가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고단함, 억울함, 불안함>으로 규정한 바 있는데, 이 분도 집단불안과 너무 바쁨(즉 고단함)이 한국사회의 몰상식(즉 싸가지 없음)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제가 엊그제 <싸가지 있는 진보>가 되기 위해선 가급적 자기반성을 많이 해야 한다고 썼습니다. 그런데 싸가지의 문제는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이 있고, 사회구조를 바꾸어야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진중권 교수가 말한 콘텐츠의 문제는 바로 이런 사회구조의 문제이고, 개인적 차원의 반성과 사회적 차원의 구조변화는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같이 가야 하는 것이지요. 양자택일이 아니라 "변증법적 상호작용의 선순환"을 만들어내야지요.


어쨌든 한국사회에는 진보든 보수든 싸가지가 없는(없는 싸가지의 종류가 약간씩 다르지만) 경우가 적지 않고, 그리해 살기와 탁기가 가득차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선 삶의 여유를 갖춘 생기가 필요합니다. 김정운씨의 기발한 행적도 그런 여유의 한 표현이지요.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김정운씨처럼 여유를 찾기는 힘들겠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여유는 필요하니, 살기와 탁기 대신에 그런 여유를 갖춘 생기가 사회에 가득차도록, 한국사회를 "진보, 개혁, 남북한평화"의 방향으로 움직여가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 되면 많은 한국인들도 김정운씨처럼 여유로운 삶과 문화를 누릴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추가: 저는 김정운씨의 개인신상은 몰랐는데, 유명한 목사의 자제라는 걸 댓글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유명한 목사의 자제라는 게 죄는 아닌데, 그걸 비난하는 듯한 분도 있네요.

그리고 이분이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 등 "고단함, 억울함, 불안함"에 대해 별로 발언하지 않았다는 걸 비난하기도 하네요. 물론 김씨가 이런 문제들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발언해주면 좋겠지만, 그리하지 않는다고 꼭 비난까지 받아야 할까요.

이런 사고가 바로 자기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사고이고, 바로 한국사회에 그득한 살기의 표현입니다. 수구보수에 아부하지 않기만 해도 괜찮지 않은가요. 이런 식으로 비난하기 시작하면 그냥 자기 직업윤리에 투철하게 자기 일만 열심히 하는 사람들까지 욕 먹어야 할지 모릅니다.

김씨는 단순하게 평가하면, 그냥 '개인 차원'에서 어떻게 "즐겁게 살것인가"를 생각하는 사람이고, 저는 이런 사람도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김씨는 특혜받은 계층이고, 그래서 제가 본글에서 썼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와 같은 여유를 누릴 수 없습니다. 그러니 대부분이 그와 비슷한 마음의 여유를 누릴 수 있도록 사회를 바꾸어야 한다고 한 것입니다.

그러나 남을 기만하고 착취해서 획득한 특혜가 아니라면, 특혜를 가졌다고 비난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아울러 그런 사람이 하는 말 중에서도 귀담아 들을 만 한 게 있으면 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싸가지 있는 진보"가 되는 것이지요.)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