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진보파의 잘못된 통념을 넘어선 김기원과 후배 주진형

동숭동지킴이 2016. 12. 11. 10:33


  1. 한겨레 신문에서 김기원선생의 유고집에 관한 서평을 냈다.

    "평균 연봉이 1억원이라는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 노조와 그 못지않은 공기업 정규직은 '노동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며 부당한 특권을 유지하려는 수구세력으로 변질해가고 있’다."

    이것이 바로 내가 20년만에 그와 다시 만나게... 된 이유였다.

    96년에 한국에 돌아와 기업 현장에서 본 노동조합은 더 이상 사회 개혁의 주체가 아니었다. 그런데 20세기 말 경 내 주위에는 이 생각을 같이 나눌 사람이 없었다. 원래 노동조합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던 보수적 인사들은 노동 개혁에 관심이 없었고, 개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노동조합이 수구세력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거나, 사석에서는 어느 정도 수긍은 하면서도 공개적으로 그런 생각을 표현하기를 꺼려했다. (지금은 이 의견에 진보 진영에서도 대놓고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물론 최근에도 한진조선 희망버스와 쌍용자동차 노사분규규가 있었지만, 대기업 노조의 특권세력화에 대한 문제의식은 이미 넓게 퍼져 있다.) 


  2. 그 당시에 예외적인 인물이 두 사람 있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김기원이었다.

    그 당시 김기원선생은 대우자동차 노조가 구조조정에 무조건 저항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언론과 토론회 참석을 통해 비판했다. 그는 이것으로 진보 진영으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진보 인사들 중 여기에 동참하고 공개적으로 나선 사람은 내 기억에 하나도 없었다.

    그가 이렇게 고군분투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혀를 찼고, 그를 만나 격려하고 싶었다. 전화번호를 찾아 연락을 했고 그는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3. 그와 다시 교류를 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토론했던 것은 한겨레신문에서도 언급하듯이 어떻게 "대기업 노동자의 특권 축소와 중소기업 노동자의 복지 확대를 통해 양쪽의 격차를 좁히고, 추가로 필요한 복지비용은 재벌뿐 아니라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한테서 더 걷”을 것인지였다.

    나는 내가 다니는 회사 안에서 어떻게 이를 추진할 것인지를 궁리해왔다. 현재 부임한 회사에 와서 추진한 개혁 작업 중 많은 것이 이 문제의식과 맞물려 있다.


  4. 높은 연봉을 받는데 빠져 고객 보호를 도외시하는 직원들에게 윤리 경영을 요구하고,
    맹목적인 수익 증대 추구 보다 낭비와 비효율 제거를 통한 비용 절감을 우선시 하고,
    교육비를 대폭 증액하면서 동시에 교육과정은 자율로 선택하게 하고,
    직장 내 부서 배치를 잡 마켓 제도를 통해 하도록 하고,
    연공서열식 인사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직무급 연봉제를 도입하고,
    대다수 직원의 연봉은 안정적으로 지급하면서 대신 소수의 하위 성과자에게만 국한해서 연봉을 제한적으로 삭감하고,
    면보직자 등에게 재교육 기회를 제공하여 장기 근속을 장려하는 것,
    이 모두가 이런 문제의식과 연결된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대기업 노동자의 특권을 축소하는 대신 정년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는 체제를 설계하는 것이었다.

    처음 시작할 때 주위 사람들 중에는 그게 되겠냐고 머리를 흔들었다.

    그냥 해보는 거다, 안 되면 말고. 길을 찾고 다른 이들에게 생각을 바꿀 기회라도 주는 것이 내 몫이니까.

    이런 노력들이 과연 유능한 개혁의 길로 평가받을 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내가 떠나고 나서 지속 될지도 알 수 없다. 그 어느 회사도 지배주주나 최고 경영자의 식견과 수준을 넘을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누군가는 어디에선가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