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고유의 글 161

14년 9월 19일자 추억의 글: <황제경영의 허(虛)와 실(實): 현대차의 10조원 입찰>

현대차가 한전부지를 10조 5500억원에 낙찰 받은 것을 두고 말이 많습니다. 삼성전자가 5조원 안팎을 써냈다고 하니, 현대차로선 불필요하게 5조 원 이상을 써낸 셈입니다. 5조원이라는 숫자는 일반인이 체감할 수 없는 천문학적 숫자이므로, 그게 현대차에 얼마나 부담이 될지는 현재 아무도 체감할 수 없습니다. 입찰이란 제도는 건설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일이고, 입찰 한번 잘못하면 회사가 휘청거리기도 합니다. 시쳇말로 "한 방에 훅" 가는 것이지요. 다만 건설업계 입찰에선, 이번 부지 입찰과는 정반대로 너무 낮게 입찰했을 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현대건설이 IMF사태 이후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 것도, 이명박이 현대건설 사장이던 시절인 1970년대 말 1980년대에 일감을 따내기 위해 중동에서 무리하게 ..

12.12.17일자 추억의 글: 문재인의 담대함과 포용력

많은 분들이 어제 TV토론에 대해서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다른 분들이 별로 주목하지 않는 부분 두군데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문후보가 전교조 문제에 대해 보여준 담대함과 새누리당의 과학자 비례대표와 관련된 포용력입니다. 첫째로, 그는 박근혜후보가 전교조와 문후보의 관련성을 들고 공격해왔을 때, 구차하게 변명하지 않고 담대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전교조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그리 높다고 하기 힘든 상황에서 그는 할 말을 한 것입니다. 물론 그는 참여정부와 전교조의 충돌사례라든가 문후보가 전교조만이 아니라 교총 조합원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고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본기조는 떳떳한 해명이었고, 오히려 박후보가 이념적으로 교육계를 편가르기한다고 역공을 취하기도 했습니다. 지도자는 불리한 상황에서..

2012.11.8일자 추억의 글: 단일화 중단과 문·안 캠프의 의사결정구조

엊그제 오후에 출판사 창비쪽의 세교연구소에서 개최된 세미나를 들었습니다. 거기서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서재정교수의 “오바마 1기의 평가와 2기에 대한 전망”이라는 발표를 들었습니다. 서교수는 천안함 사태에 대한 한국정부 발표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해 우리에게 꽤 알려진 분입니다. 서교수는 발표에서 오바마 1기는 북한에 대한 강경정책이 기조였고, 그게 실패했기 때문에 2기에선 대북 연성정책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2기 국무장관에 클린턴 여사 대신 케리 상원의원이 임명되면 그럴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미국 대북정책의 의사결정구조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서교수는 미국 정부기관 등의 역학관계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앞으로 들어설 한국정부는 이런 대북정책..

2014.8.14일자 추억의 글: 지연이체제도와 송금제한제도: 국민의 피부에 한발씩 와닿는 정책을

보이스 피싱 문제에 관해 여러 달 전에 제가 페북에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 그때 저는 보이시피싱이 한국에 만연해 있고, 제 주위에서도 여러 사례를 목격했다고 했습니다. 정부가 발표하는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실제보다 적다는 걸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신고해 보았자 찾을 길 없다는 걸 피해자들이 알고 아예 신고를 안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실제로 피해를 당하지는 않았더라도, 아마도 대부분이(저도 포함해)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은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게 다른 나라와 달리 유독 한국에서 극성을 부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에선 계좌이체한 돈을 곧바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걸 금융전문가에게서 들었다는 것도 거기서 소개했습니다. 따라서 보이스피싱의 근본대책은 이체한 돈을 독일 등 다..

2014.7.31일자 추억의 글: 승패의 정치를 넘어서

재보선 결과가 나왔습니다. 대체로 예상한 대로였습니다. 한국정치는 대단히 역동적이라서 예측이 쉽지 않지만, 큰 흐름은 읽을 수 있는 게 한국정치입니다. 멀리 베를린에서도 야당의 참패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2012년부터 제가 줄기차게 말씀드린 대로, 안철수는 결코 메시아가 아닐뿐더러 국회의원 이상의 정치적 역량을 기대할 수 없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 정치적 역량은 갈고 닦는다고 비약할 수 없는 근본적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안철수는 '안철수 현상'을 담기에는 애당초 너무 작은 그릇인 셈이지요. 이런 인물에게 대표를 맡길 수밖에 없었던 야당이 정치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야당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헤맬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2013.5.27 추억의 글: 박력(force) 없는 문재인과 안철수 :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해

1971년 대통령선거에서 김대중 후보는 "향토예비군 폐지, 4대국 안전보장, 남북한 교류"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당시의 엄혹한 정치상황을 고려할 때, 참으로 담대한 구상이었습니다. 그런 정도의 담대함이 있었기에, 그는 나중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2002년 노무현 후보도 김대중 후보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결기가 있었습니다. 장인의 좌익경력이 논란을 일으키자 "대통령 되려고 마누라를 버리란 말입니까"하고 외쳤던 데서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게 이른바 "대통령 감"이라는 것을 나타내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야권의 지도자 중에 이런 "대통령 감"이라는 박력(force)을 느끼게 해 주는 인물이 있나요. force가 있어야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

2013.4.15일자 추억의 글: 독일 모델의 본질을 찾아서 : 노동시장과 교육시스템의 정합성

오늘자 에 "중소기업 강국의 길"이란 제목 하에 거의 3개 면을 독일 특집으로 다루었습니다. 한겨레에서는 독일의 세계적 중견기업(이른바 hidden champion) 이야기를 실었고, 새누리당을 비롯한 정치권에서도 독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도 알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오늘자 에서도 독일의 노동시장에 관한 글을 두개나 실었습니다. (하나는 "Why the US is looking to Germany for answers"이고 다른 하나는 "Germany eyes action on worker shortage"입니다. 기사는 현재는 구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한겨레와 FT의 공통적인 내용은 독일 직업교육 시스템의 우수성입니다. 독일에선 초등학교를 마치면서 대학에 갈 학생과 직업교육을 받을..

2012.4.12일자 추억의 글: 총선결과는 온통 엉망인가

총선결과는 온통 엉망인가 본인이 접한 모든 언론과 정치평론가는 이번 총선 결과를 새누리당의 완승과 민주통합당의 완패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민주통합당의 리더십 문제 등 여러 패배 요인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약간 삐딱하게 보는 게 특기인 본인에게는 다른 사실도 눈에 띕니다. 일단 거론되는 ‘민주통합당이 선전하지 못한 요인’에 상당 정도 동의한다는 전제 하에서 몇 가지를 지적하겠습니다. 1) 18대 총선에 비교해 범 보수수구진영의 의석수가 40~50석 가까이 줄었습니다. 반대로 범진보개혁진영의 의석수가 그만큼 늘어난 것입니다.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한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은 간신히 우세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보궐선거에 따라 지위가 바뀔 수 있고, 또 해외 놀러다니기도 함들어졌습니다. 2) 정..

2013.3.6 추억의 글: 베네주엘라를 보며 북한을 생각한다

오늘 베네주엘라의 대통령인 차베스(Hugo Chavez)가 사망했습니다. 여러 해 암으로 투병하면서 쿠바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결국 회복되지 못한 것입니다. 그런데 차베즈의 사망 소식에 맞추어, 오늘 아침에 BBC는 2010년 6월에 이루해진 차베스와의 토크 프로 (Hard Talk)를 재방송했습니다. Hard Talk 프로는 한국의 인터뷰 프로와는 달리 신랄하게 질문을 던지는 걸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오늘 아침 프로를 보니 차베스가 공격을 잘 받아넘겼습니다. (일국의 대통령이라 BBC가 좀 봐준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베네주엘라 경제가 어렵지 않느냐고 공격하니, 미국이나 스페인이나 다 어렵지 않느냐. 그리고 베네주엘라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7.8% 성장을 해왔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독재를..

2014년 2월 10일자 추억의 글: <독일에 대한 지나친 이상화는 금물 : 치안 문제>

근년에 독일경제가 다른 유럽에 비해 호조를 보임에 따라 '독일 붐'이 한국에서도 불었습니다. 이건 일정 정도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이나 사회에 대한 지나친 이상화는 금물"이라는 철칙은 독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훌륭하다고 알려진 개인의 진면목이 드러나면서 환멸을 가져다 준 사례가 하나 둘이 아니지요.) 독일을 떠날 무렵에 독일 사회의 장점과 단점을 총정리할 생각이지만, 우선 제가 최근에 겪은 사례를 통해 독일 사회의 문제점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이 외에도 소비자의 불편 등등 앞으로 정리할 사례는 많습니다.) 일주일 전 토요일밤~ 일요일 새벽에 제가 있는 연구동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1층 문을 부수고 들어와 온 방을 휩쓸고 다니면서 결국 제 노트북 하나와 다른 연구원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