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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 바칩니다: 우린 열한 살에 만났다(옥혜숙, 이상헌, 생각의 힘)

동숭동지킴이 2022. 7. 13. 01:54

 

지난 달, 당신의 후배 이상헌 박사와 그의 아내 옥혜숙샘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들의 스토리가 담긴 저서 <우린 열한 살에 만났다>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당신께 바칩니다.

 

그들의 스토리가 아닌.... 우리의 스토리 같은 부분이 많아.... 읽으면서 많이 웃기도 하고.... 당신과의 추억이 되살아나기도 하고.... 당신의 따스함이 되살아나기도 하는 그런 글이었습니다.

 

스토리1.

나의 뜻과 무관하게 선택해야 했던 대학진학을 둘러싼 이 박사님의 고민.... 그리고 경제학을 하면서 내가 원하던 문학적인 분야의 일도 할 수 있고 동시에 부모가 원하는 사법고시도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결정한 경제학....

 

여기서 당신이 했던 고민, 어이없는 타협안이 생각이 나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당신은 교사가 되는게 꿈이었지요.  그래서 공부하기도 바쁜 고교시절.... 틈만 나면 학급경영을 구상해보았다고 했지요(그래서 결혼 초 우린 늘 함께 우린 반을 운영했었죠. 나보다 더 진지했던 당신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그런 당신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학교도... 부모님도 법대 진학을 강요해서 싸웠던 당신의 무용담이 생각났었요. 

 

게다가, 이박사님의 타협안을 보면서 .... 당신의 타협안이 생각나서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싸우다가 싸우다가 치쳐서 생각난 대안.... 경제학과를 가면 상업과목 교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한 경제학... 그런데 대학을 들어가보니 그래서 교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안 당신은... 대학을 졸업할 무렵 다시 사범대학으로 편입하려고 부모님과 싸웠던 당신의 스토리가 생각나서 .... 

 

그래도 이박사님은 문학적 소질을 신문 칼럼을 쓰면서 맘껏 발휘하고 있으니 .... 꿈을 이룬거나 진배가 없어 보이네요. 게다가 국문과보다 비주류 경제학을 해서.... 인간의 냄새가 깃든 글을 쓰니까 금상첨화.

 

스토리2.

암울했던 대학생활을 견뎌내야 했던  이박사님....

 

대학 문을 들어선 지 몇 주도 되지 않았건만.... 도서관 앞 광장에서 노래도 부르고 소리도 질렀다. .... 마음이 너무 뜨거워서 바깥의 풍경조차도 내 눈 안으로 끌어오질 못했다. ....

사람이 제 몸에 불을 붙여 죽는 것을 보았다. 그것도 봄꽃이 미쳐 피어나는 학교 한가운데서...

선배들이 읽어라고 하는 책은 정신없이 읽어내었다. 책 내용을 감당하지 못할 때는 시집을 찾아 읽었다. 시집 내용도 감당하지 못해 끙끙거렸다....

1987년 여전히 겨울, 학교는 꽁꽁 얼어 있었다. ... 경찰의 삼엄한 눈빛 아래 학생증을 보여줘야 했다. 시위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박사님이 힘들어하는 대학시절은.... 교수들 역시 시국서명을 밥 먹듯해서, 당신의 아내가 맘 졸이고... 경찰의 삼엄한 눈빛 아래 학생증을 보여줘야 했던 시절에 대학원을 다녀 맘 졸이고... 당신과 선후배들은 감당하지 못할 공부를 울 집에서 하느라 ... 당신 아내는 맘 졸이고 ... 그 암울한 시절 ... 힘들게 도와줬던 선배들은 변절해 당신의 맘을 많이 힘들게 했죠. 조국 사태를 지나면서 진보였던 당신의 선후배들이 색깔이 드러나고 있네요. 그래서 요즘 당신의 아내가 맘이 쓰라립니다. 그래서 정권을 뺐겼죠. 그래서 바뀐 세상에 적응하는게 너무 힘들어요.  

 

당신을 그리워하는 당신의 후배, 제자들은 당신에게 답을 구하고 있습니다.  하늘에서도 .... 애타게 당신의 혜안을 듣고 싶어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시죠?  

 

스토리3.

우리의 신혼과 같은 듯 다른 이박사님과 옥샘의 신혼 

신랑: 신혼의 어색함을 '사색'할 시간은 많지 않았다. 사람들이 무수히 찾아왔다. 어린 나이에 결혼했으니, 친구들도 어렸다. 신혼에 대한 배려를 알지 못했다. .... 게다가 아내는 사람을 무척 좋아했다. 최악의 조합이었다. ...우아한 신혼은 없었다.

신부: 신혼집에 번갈아가며 친구들이 자고 갔다. 집들이한다고 와서 2박 3일은 기본이고... 첫사랑과 헤어졌다고 오고... 근처에서 술 마셨는데 잘 데가 없다고 오고....  베란다에 쌓인 술병이 어마어마했다.

 

이 장면에서도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우리보다 째끔은 더 심각했지만(이박사님의 아내인 옥샘은 사람을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우리의 신혼도.... 당신도 기억하겠죠?  토욜에 와서 일욜까지 자고 가는 일은 다반사(그것도 새벽 같이 출근해야 하는 아내를 둔 간 큰 남자는 전혀 죄의식은 없었던 듯...).... 핑개는 강남터미널에 신혼집을 마련한 탓에 ... 전국 각지의 친구들은 그야말로 우리집이 터미널. 이 생각은 결혼 30주년까지도 지속되고 있었는데... 기억하죠? 달라진 것은, 당신이 친구 만나러 가면서 ... "내가 집에 자고 가라는 말은 먼저 꺼내지는 않을게" 라는 말을 바쁜 아내에 대한 배려로 던지고 가서는 여전히 친구나 선후배와 함께 온 것 기억하죠?

 

게다가 우린 당신의 무시무시한 공부 모임조차 울 집에서 하는 바람에.... 난 토, 일 식사 차려준다고 쉬지 못해 늘 힘들어 했던 기억까지도 나네요. 그래서 당신을 문상온 후배들은 "형수님 밥, 정말 많이 먹었는데..." 라고 귀속말을 하고 갔어요. 그것 역시 보셨겠지요.

 

그땐 많이 힘들었던 것 같은데.... 그것도 지금은 추억으로 남습니다. 그 덕분에 당신이 아내 곁을 떠나 벌써 8년이 다되어 가는데도.... 당신의 친구, 선후배들은 당신의 아내를 많이 걱정해주고 챙겨주네요.

 

스토리4.

옥쌤: 우리 집에는 유난히 손님이 많았다. 친척, 친구, 작장동료는 기본이고.... 회의, 연구, 연수때문에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 그럴 때마다 남편은 그분들을 도왔고, 또 집으로 초대했다.

 

ㅎㅎㅎ

이 글을 읽을 때도 속으로 웃음이 나왔어요. 이박사님은 당신 못지 않게 남을 돕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 ㅎㅎㅎ

우리가 10년마다 안식년을 일본, 미국, 독일에서 보냈을 때.... 우리는 운전을 못하는 천연기념물이라 한국에서는 하지 않던 시장을 함께 갔죠? 시간을 아끼느라 2-3주분의 먹을 것을 준비해 왔으니 엄청 많았죠. 그때마다 당신은 흐뭇해 하면서, 혼자 사는 유학생, 혼자 온 방문교수들을 늘 불렀죠. 

 

이런 마음이 이박사님이나 당신의 글에서 느낄 수가 있어요. 또한 옥샘의 페북 글에서도... "우린 열한 살에 만났다" 에서도...

 

스토리5.

아내는 늘 옆에 있었다....

번아웃이 왔다. 불면증, 우울증, 패닉이 왔다.... 번아웃은 내가 소진되어 생긴 것이지만, 같이 사는 사람도 소진시켰다. 하지만 아내는 내색하지 않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웃고 위로했다. 나의 어이없는 유치찬란한 말과 행동에도 성심껏 응대했다. 못자면 재우고, 징징대면 쓰다듬어 주었다. 두 아이도 돌보고, 나도 돌봤다. 

아내는 아이 셋을 키웠다.

 

이 글을 읽는 내내.... 이박사님의 옆에는 옥샘이 있었고, 서로 신뢰와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느낌을 받았지요.

 

여기서는 당신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서 남편 바보 당신의 아내는 많이 울었답니다. 당신 아내의 절규를 들으셨나요.... 교환교수로 해외 갈 때마다, 당신의 아내가 휴직을 하고 함께 가겠다고 하면.... 언제나 당신은 애기처럼 든든해했던 기억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맘이 많이 아립니다.

 

아이 셋을 키운 옥샘과는 달리, 우리 집은 .... 아내가 못자면 늘 재워주고, 징징대면 쓰다듬어 주고,  무서워서 혼자 집에 못지내니까 출장도 데리고 다니는 등... 당신이 아내를 많이 배려했고 .... 더욱 배려해주려고 노력했던 당신의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 암 선고를 받고 급히 귀국해, 함께 투병할 때도... 당신은 나는 어떤 여자와 결혼해도 살 수 있지만... 당신은 나 외에는 살아줄 사람이 없어(물론 평소에도 자주 하곤 했지만...)”라고 한 말 기억하죠? 그때 당신 아내 역시 그 말은 인정!!이라고 동의해 준 당신 아내를 하늘에서도 기억하고 계시겠죠? 

 

스토리6.

기다려주는 엄마, 아빠.... 존경받는 엄마, 아빠

 

아들의 편지 중....

"기쁜 어린 시절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책 서문 중....

이상헌: 아빠는 옳은 것과 정직한 것을 위하고 다른 이들을 돕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아빠처럼 무엇이 옳고 그런지 신중히 고려하며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옥혜숙: 엄마는 집 안에 늘 기쁨을 가져다준다. 언제나 재미있고, 밝은 웃음과 미소로 방을 환하게 비춘다.... 나는 매일매일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그런 사랑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어머니가 다이어트에 실패하거나 불어를 배우는 데 어려워할 때마다 장난으로 놀리곤 하지만, 사실 나는 아빠보다 엄마에게서 배운 것이 많다.

 

우리는 아이가 없어서 어떨지 모르지만, (나의 전공 분야니까.... ) 이박사님과 옥샘은 기다려주는 엄마 아빠로서, 자녀가 희망을 가지고 스스로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엄마, 아빠가 아니었을까 추측을 해볼 수 있었답니다. 그래서 자녀들에게 저렇게 존경받는 엄마, 아빠의 행복을 느낄 수 있겠지요.... 

 

이 글을 읽는 내내.... 이박사님과 옥샘은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당신 아내도 그런 세상을 만들도록 노력할게요.  당신 역시 바라는 세상이니까 말입니다.